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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1 20:15 | ..


우연히 보게된 빼빼가족이 버스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기.
울산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시베리아,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유럽의 끝까지 갔다가 다시 불가리아, 터키,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거쳐 돌아오는 1년간의 여행. 
아빠, 엄마와 딸, 아들, 아들. 다섯 가족의 여행. 
이 영상을 보면서 내 가슴이 다시 뛰는걸 느꼈다.
역시 나는 이런걸 좋아하는구나. 낯선 나라를 여행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모르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의 만남. 낯선 풍경이 주는 새로움. 그런것들. 
역시 집시의 인생. 역마살을 떨칠 수 없는건가.
사실 제네시스를 사고 바닷가에 멋진 집을 짓고 
정착해서 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많이 부족하지만 대신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다닐 수 있는 삶이 
내 가슴을 더 뛰게 하는건 확실한 것 같다. 
나도 잭잭이랑 같이 이렇게 1년, 2년 차를타고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잭잭은 어떻게 그걸 받아들이고 
그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와이프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나보다 더 눈이 빛나하며 
자신은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는걸 들으니 다행이다.
내일부터 당장 버스를 알아봐야하나.

사실 요즘 제주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왜 제주에 오게 되었을까 하는생각. 
결혼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 정착하기로 마음 먹었고, 한국에선 제주도가 
가장 좋았지. 예쁜 바다도 있고, 외국 사는것처럼 프리한 삶을 살 수 있을것 같아서.
그래서 지금도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고 있고 이게 싫은건 아니지만,
처음에 내가 제주에 왔을때만큼 좋은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제 제주에 산지 4년쯤 되었는데, 이제 이곳이 슬슬 지겨워지려고 하는걸 보니
역시 나는 한곳에 오래 머물수 없는 타입의 인간인가보다. 바람과도 같은 존재. 
요즘은 사실 제주의 좋은점보다 안좋은점이 많이 생각나는데,
마치 발리 살때 마지막 즈음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때도 발리의 건기와 우기밖에 없는 일년 내내 여름인 날씨가 지겨워지기도 했고,
(원래는 항상 여름이라 좋아서 갔음에도), 안좋은 치안과 병원 등등 
단점만 많이 느껴지는 시절을 겪고 발리를 떠났었다. 
비슷한 생각이 드는걸 보니 이제 제주를 떠날 시간인가 싶기도 하다.
이제는 한곳에 오래 정착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사람은 정말 바뀌지 않는걸까. 
만약 여기서 다른 곳에 가서 산다고 해도 몇년이 지나면 또 옮기고 싶어지겠지?
그나저나 온갖 살림살이들은 다 어떡하지. 세탁기, 건조기, 티비, 컴퓨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에어프라이어, 오븐, 공기청정기, 제습기, 에어컨 등등 
이런 수많은 편의장치들은 나의 인생과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것들일까. 

집시의 인생. 역마살. 
짧은 찰나의 인생인데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