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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프랑스-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으며 내가 생각한 것들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름과 특징을 메모했고, 머물렀던 마을과 걸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휴대폰을 꺼내 그때그때 작성했다.
2025년 5월 26일 월요일
오전 5시 40분 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인천공항
오전 11시 05분 티웨이 항공으로 인천에서 14시간 바르셀로나
현지 시각 오후 7시 랜딩. 심카드 핀번호 버리고옴 😅
왜 기차에 전부 다 그래피티를 그리는거지? 이해x
팜플로나 가는 야간버스인데 클럽 노래가 계속 나온다
5월 27일 D-1
새벽 4시쯤 야간버스로 스페인 팜플로나 도착
버스정류장에서 대기 후 오전 10시에 버스를 갈아타고 생장으로 이동. 광주에서 생장까지 37시간? ㄷㄷㄷ
생장에서 순례자 여권 만들고 알베르게 체크인
까르푸에서 간단히 사와서 씻고 빨래하고 저녁 먹음
날씨 생각보다 쌀쌀
5월 28일 1일차
오전 5시 40분 기상. 6시 30분 생장 출발.
일본인 리코상 만남 - 하타노 리에코
10시간 걸어서 1435m 산을 넘어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국경을 넘어옴
나: 풍경이 정말 아름답네요. 마치 천국에 있는것 같아요.
리코상: 사람은 자기 마음속에 있지 않으면 볼 수 없어요. 당신의 마음속에 그것이 있기 때문에 보이는거에요.
5월 29일 2일차
7시 50분 론세스바예스를 출발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
스페인에 생 오렌지 주스 너무 맛있네 ㅠ
시게루상: 일본인 할아버지 71세
정: 한국 남자 동생. 트래킹 마스터
한주 형님
저녁 15.5유로 3코스 와인 1잔 포함. 애피타이저 리조또, 메인 소고기 🥩 스테이크 진짜 맛있다.
숙소 너무 좋음. 17유로 4인실. 객실 내부 화장실 최고로 깨끗함. 침대 시트도 있음. 아주머니 엄청 친절.
5월 30일 3일차
8시 수비리 출발
맷 미국 텍사스
줄리아나 부인
리디아 텍사스에서 온 딸
미리암 미국 여자 십대
캐런 미국 이쁜 할머니
안나 미국 여자
새런 미국 아줌마 빨래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말것!
인간은 누구나 하루만 산다.
어제의 나는 죽었다. 내일의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인간은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면서 태어나고 밤에 잠들때 죽는다.
I feel like I should change my name to Jinny Walker.
기부제 교회 알베르게에 겨우 마지막 숙박객으로 체크인 완료
순례자를 위한 주님의 기도
우리의 길 위에 계신 우리 아버지
당신의 숨결이 우리에게 오시며
우리 순례자를 돌보시며
당신의 뜻이 추위 안에서와 같이 우리가 쉴 때에도 이루어지소서.
순례의 길에서 넘어지는 사람들을 우리가 도와주듯이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소서
우리를 마음의 고통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행복하여라. 진정한 길은 그것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례자여.
이 문장을 읽었을때 눈물이 났다.
5월 31일 4일차
오전 8시 20분 자발디카 교회 기부 숙소 출발
Dios lo bendiga: God bless you
리코상이 내가 일본어 할때랑 영어할때 인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함 😎
신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내가 신이고 내가 내 인생을 결정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 길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내가 만든것이다. -리코상
Higher self. 8th Chakra.
내가 원하는 게 오는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이 온다.
나는 천천히 걷는 사람. Slow is faster.
순례길도 인생과 닮아 있다. 짧은 길도 있고 긴 길도 있다. 하지만 결국 목적지는 같다. 걷기 쉬운 평지가 많은 코스가 있고 험한 산지가 많는 코스도 있다.
12시 30분쯤 팜플로나 도착
오늘은 짧고 쉬운코스였다.
카롤리나 바르셀로나 출신 여자
저녁에 빠에야에 화이트 와인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음
6월 1일 5일차
알바리뇨 마셔보라고 스레드에서 추천받음
팜플로나에서 11시에 버스를 타고 산세바스티안으로 이동
리코상이랑 산세바스티안 와서 점심으로 앤초비+화이트와인이랑 타파스+레드와인 먹음
날씨 흐림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에도 밖에서 타파스에 와인 사먹음 이러다 지갑 다 털리겠네 스페인 물가가 예전처럼 싸지 않다. 20유로는 그냥 나오네. 3만원.
6월 2일 6일차
산세바스티안 호텔에서 일어남.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오늘은 잭잭 생일.
아침 해변 산책.
걷기 쉬어가는 날.
Don't take life too seriously, you'll never get out alive.
인생이란 게임에선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
간단 아침식사 7.7유로. 비싸다. 또르티야+맥주 1잔.
버스를 타고 다시 팜플로나에 12시 40분 도착.
근처 중국 식료품점에서 너구리, 신라면, 김치 사서
교회에서 하는 기부제 알베르게 도착. 김치 넣고 너구리 뽀글이 만드니 꿀맛!
모스: 멜버른 할머니
나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했다. 성수형의 아버지가 며칠전 암으로 돌아가신 것처럼. 나의 아버지가 죽기 직전, 우리는 화해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나의 상처는 회복될 수 있을까.
톰 미국 보스턴 아저씨
멜로디 프랑스 키큰여자
라파엘, 월레스 홍콩 남자 친구들
홀란 호우섹: 진짜 맛있다 칸토니스
워 하이 사이 판 아: im in spain 칸토니스
티우: Shit 칸토니스
6월 3일 7일차
오전 7시 5분 팜플로나 교회 숙소 출발
가는 길에 밀밭이 너무 아름다움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는 것은 누구든지 알지요.
용서의 언덕 날씨 너무 좋음
6시간정도 걸어서 1시 좀 넘어서 푸엔타 데 레이나 알베르게 도착
식당가서 13유로 순례자 메뉴 3코스 메뉴 + 와인 1잔
뭐시기 600에서 atm 돈 찾으면 수수료 무료?
저녁에 한국 아주머니하고 문어라면에 삼겹살 구워서 레드와인하고 먹음 완전 싸고 맛있음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함
한국에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됨. 그렇지만 내란을 겪고도 김문수, 이준석을 뽑은 사람이 50%가 넘는다는것에 분노한다. 대구, 경북은 윤석열 대통령 시키고 계엄 해주자. 진짜 욕이 안나올 수가 없네. 정신 좀 차려라.
트래블월렛 카드로 IberCaja UniCaja 두 군데 수수료 없었어요.
6월 4일 8일차
푸엔타 라 레이나에서 눈이 일찍 떠져서 5시 15분에 일어남. 6시 30분 걷기 시작.
내가 이 곳에 온 것도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곳과 관련된 것들을 보기가 힘들어서 다 끊어버렸다. 집착을 버리자.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다.
봄의 아침 숲속 공기가 좋다. 청량하고 달큰한 냄새까지 나는 이 숲속 아침 공기가 좋다.
평지는 1km에 15분 정도 1시간에 4km 정도 걸음
순례길은 인생과 닮아있다. 길이 합쳐지는 곳에서 우리는 만나고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헤어진다. 또 언젠가 길이 합쳐지는 곳에서 다시 만나고, 그것의 반복.
6시간 걸려 12시 30분에 에스테야 교회 알베르게에 도착.
힙색 샀는데 너무 편하군 5.5유로
세장티: 유아 젠틀 프랑스어
점심 밖에 레스토랑에서 빠에야 먹고 (너무 비싸서 이제 빠에야 못먹겠네)
낮잠 한숨 자고 슈퍼가서 재료 사와서 오늘도 문어라면에 레드와인 먹음. 너무 맛있음!
Lil 알베르게 봉사자 매우 친절
6월 5일 9일차
5시 50분에 일어나 인스타 좀 보고 간단 아침 먹고 7시에 출발.
혐오의 시대
내 시력이 점점 안좋아 지는건가
토모코상
배낭은 허리로 메고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배낭메는 법을 바꿔서 그런가 오늘은 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다음에는 일본을 밑에서부터 위로 걸어서 한번 가볼까? 봄에 벚꽃이 피는 때 가면 좋지 않을까
끼에로 운 플라타노 데 까나리아 노 바나나: 플라테노가 맛있다고 함 ㅋ
22.64km 걷고 1시 30분쯤 로스 아르코스 알베르게 도착
처우: 중국여자
내가 아는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다 쓰니까 너무 재밌다!
한국 아주머니 다시 만나서 저녁 빠에야, 샹그리아 먹음
침대가 너무 흔들렸음
6월 6일 10일차
오늘은 좀 긴 코스라 일찍 6시 10분 로스 아르코스를 출발
알렉스 뉴욕 중국 여자
White lotus 🪷 미드
뉴욕에서 온 알렉스랑 재미있게 이야기 하다옴
이 길에서는 웃고 떠들기도 하고 고요하고 진중한 시간도 있고
매일 4만보씩 걷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자연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만큼
하루에 20에서 30km를 매일 걸으니 이제 돌아가면 5km 정도는 그냥 가볍게 걸어갈 수 있을까. 아니다 그냥 뛰어가는게 낫겠다 ㅎㅎ
괴로울 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올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큰 행운이 아닐까. 그만큼의 시간이 있다는 것도 의지가 있다는 것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나는 널 좋아한적이 없어. 내가 원하지도 않은데 너는 나에게 착 달라붙어서. 나는 너 때문에 8 년이나 약을 먹어야 했어. 우울증.
우리도 길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을 지나칠 때면 엄지척으로 인사하며 감사하는 문화를 가지면 어떨까?
멋있게 사는거야 이승환
8시간 28km를 걸어 대도시 로그로뇨에 도착
오늘은 교회 숙소 바닥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잔다. 낭만 터지잖아!
체크인하고 미세스 김과 라멘을 먹었다. atm에서 200유로를 뽑고, 중국슈퍼에서 신라면과 오짬을 샀다.
결국 오늘 12시간 동안 5만보를 걸었고 129층을 올랐다. ㄷㄷㄷ
내일도 30km를 가야한다.
저녁 7시 교회(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자만했습니다. 제가 저지른 실수와 잘못을 용서해주세요. 저를 깨우쳐주기 위해 이곳까지 저를 데려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De us, ad ju va nos! God please help us.
아키상 일본 아저씨
6월 7일 11일차
5시 20분 기상.
수빈 한국 젊은 여자분
한국에 해파랑길에 대해서 검색 중
하루에 30km를 걷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군
비행기로 갈 때 볼 수 없었던 것. 자동차로 갈 때 볼 수 없었던 것. 자전거로 갈 때 볼 수 없었던 것. 뛰어갈 때 볼 수 없었던 것. 걸을 때 비로서 볼 수 있는 것.
미에코상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쉬운 길이었다. 나헤라 도착.
알베르게 도착해서 한국분들이랑 넷이서 햄버거에 맥주 먹고
주방에서 닭백숙이랑 닭죽 만들어 먹음 레드와인이랑 너무 맛있었음!
6월 8일 12일차
오늘은 코스가 20km 밖에 안돼서 느즈막하게 7시 40분쯤 나헤라 출발
Sometimes we win, sometimes we learn.
순례길을 걸으면서 길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고 있다. 오타니 선수가 말했듯이 나에게 좋은 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Walk, eat, sleep x repeat
가볍게 1시 30분쯤 산토도밍고 알베르게 도착
오늘은 흐린 날씨
점심 레모나님, 수빈님이랑 숙소에서 파스타 먹고
침대에서 불꽃야구 보고
저녁에 문어라면에 메론하몽에 와인 🍷
6월 9일 13일차
5시30분 알람. 6시 13분 산토도밍고 알베르게 출발.
홀거 독일 할아버지
아침 풍경 🌄 너무 좋음
이제 몸이 적응이 된건가 걷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처음에는 다리도 너무 아프고 배낭무게에 어깨도 아프고 그랬는데 지금은 발걸음도 너무 가볍고 어깨도 아프지가 않다.
일찍 벨고라도 교회 숙소 도착해서 점심먹고 낮잠자고
레모나님이랑 교수님이랑 바질파스토 새우 대구 넣고 화이트와인 너무 맛남
여기 작은 마을 평화롭고 너무 좋네
6월 10일 14일차
5시 25분 기상. 무스바르고 더블트리 힐튼 교토랑 6시 30분에 30분정도 일본어로 면접 봄 ㅎ
7시 20분 벨고라도 교회 숙소 출발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피터 영국 사람
오늘 날씨 조금 더움 중간에 식당에서 밥 먹음
마지막 더워서 산에서 고생
산 후안 데 오르테가 알베르게 도착 여기 감성 숙소네 옛날 디자인...
제니퍼 뉴욕 아줌마
줄리엣 벨기에 아가씨
저녁은 다같이 알베르게에서 3코스 메뉴 15유로 맛있었음!
6월 11일 15일차
5시 30분 기상. 6시 20분 산 후안 데 오르테가 출발.
Dear God, why did you send me to this road? Why?
살짝 비가 내리고 큰 무지개가 너무 아름답다.
비가 오면 향기가 짙어진 머리카락이 눈감아도 그대인걸 알게해.
대도시 브루고스 도착. 오늘은 한국인 3명이서 에어비앤비 숙소. 방 3개 아파트 너무 좋음. 대성당 바로 옆 위치.
오는길에 중국슈퍼에서 라면이랑 김치사서 점심 먹고
집근처 마트가서 재료사서 문어(뿔뽀)요리,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이베리코 돼지고기, 쌀로 죽, 4명이서 와인 5병.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아파트 너무 좋네.
6월 12일 16일차
브루고스. 오늘은 걷기 하루 쉬어가는 날.
아침에 에어비앤비 아파트에서 느즈막히 일어나 뒹굴거리고 떡국, 김치볶음밥 먹고 12시에 브루고스 공립 알베르게에 체크인. 10유로.
뒹굴뒹굴 쉬었다. 보조배터리 20유로 구매.
6월 13일 17일차
6시 기상 6시 40분쯤 부르고스 알베르게 출발
김선생님과 수빈씨랑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에미짱 재일 아주머니
드넓은 스페인의 평원에서 바람에 보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일부러 교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나 기부제 숙소를 골라서 숙박하고 있다. 그분들께 좀 더 넉넉한 기부로 이 아름다운 순례길의 전통이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어쩌면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광기어린 손놀림으로 전화번호들을 누르던 그 오전,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것은 당신의 목소리였는지도.
궁금해, 네가 어떻게 나이를 먹어갈지. 늙어가는 모습은 어떨지.
어느 순간, 갑자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자식에게 찾아온다. 그것이 자식의 운명이다. 인생은 꼭 그렇게 힘들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 없이. 불만도 연민도 없이. 말도 논리도 없이. 글썽거리는 눈물 따위 없이. 단 한 순간에.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강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인생은 아름다운 거다.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그걸 영영 알지 못할까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인 것처럼 그렇게 반복하셨다.
Malparido: bastard 필리페가 알려줌
루시아 친절한 독일 할머니
6월 14일 18일차
느즈막히 일어나 조식 먹고 7시에 호리뇨스 델 카미노 출발
스페인 순례길에 오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굉장히 높다는 것에 놀라고 있다. 60대 70대 80대까지. 나는 거의 제일 어린 축에 속한다.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밀밭 평원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It's always between you and God, isn't it?
Changes. 모든 것은 희미해져간다.
현재 내 페이스는 1km에 15분을 기준으로 15분보다 빠르면 빠르게 걷고 있는 거고 15분보다 느리면 느리게 걷고 있는 거다.
하나 네덜란드
This place will never be the same without you.
미즈마루: 연애란 어느 한쪽이 앞서 돌진하면 대개 실패로 끝나죠. 처음에 남자 쪽이 너무 열을 올리면 여자 쪽이 이상한 자신감을 가져서 거만을 떨고, 거꾸로 여자 쪽이 푹 빠지면 남자 쪽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게 되고. 비슷한 속도로 꾸준하게 진행돼야 해요. 서로 비슷한 정도로 좋아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게 좋죠.
오래된 수도원 폐허에서 묵는다. 온수도 안나오고, 휴대폰 충전할 곳도 없고, 와이파이는 커녕 휴대폰 전파도 잘 안터지는 이곳. 전등도 없다. 낭만 터진다.
6월 15일 19일차
오전 6시 30분 1000년된 수도원 폐허 숙소 San Anton을 출발
그녀의 수술이 잘되길 기도드렸다.
길을 걷다 보면 혼자 걸을 때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도 있다. 혼자 걷는 길도 좋고 함께 걷는 길도 좋다. 인생처럼.
다음 세상이라는게 있다면 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태어나고 싶어. 바네사 메이처럼.
29km를 걸어 프로미스타의 알베르게 도착.
홍선생님과 에미짱과 빵과 맥주 간단 점심.
에미짱 길에서 잃어버린 모자 미국인 아줌마 타니야가 찾아줌. 카미노의 기적.
다영씨 한국 여자분
진희씨 한국 여자분 교포처럼 생겼지만 서울삼
오마르 미국 멕시칸
홍선생님과 에미짱과 저녁에 식당에서 폭립에 레드와인 맛있었음
6월 16일 20일차
오전 6시에 교토 힐튼 가든인하고 면접 보고
7시 20분 프로미스타 출발
어제부터 메세타 평원 시작
오늘은 쓰레기가 많다. 쓰레기를 주면서 나는 나에게 좋은 복이 쌓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보면 반갑다. 쓰레기가 아니라 하나의 복이다. 코카콜라 캔이 주는 복, 럭키스트라이크 담뱃갑이 주는 복같은거 말이다.
지지씨랑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걸었다.
메세타 평원.
존 맨체스터 봉사자 알베르게
디아 슈퍼에서 재료사와서 점심은 수녀원 주방에서 문어 라면 파스타 국? 이동네는 박스와인도 맛있네
수녀님들이 노래를 불러주시고 순례자들을 축복해주셨다.
The nun said "tomorrow when you walk, we will walk with you."
밤이 어두울 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난다.
Maybe he sent me to make me stronger?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의 작은 성당에서 수녀님들과 신부님께서 순례자를 축복해주심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미사가 끝나고 수녀님께 부탁해 나의 조개에
Que el Señor te bendiga 라고 적어주셨다. May the Lord bless you. 그리고는 내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나의 순례길과 나의 인생 전체를 축복해주셨다. 나는 또한번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6월 17일 21일차
오전 6시 20분 알베르게 출발. 너무 좋았던 수녀님들.
끝없는 평지. 메세타 평원. 남들은 지루하다고 하는데 나는 너무 좋은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나는 다시 태어나 너를 만나러 갈거야. 멋지게 웃는 얼굴로.
메세타 평원의 땡볕.
무아.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나, 매건 - 미국 메인주에서 온 모자. 아들 16세.
나도 10년 후에 내 아들과 이 길을 다시 걸을 수 있을까
인생에서는 실패나 재앙이라는 형태로 복이 오기도 한다.
라울 알베르게에서 저녁 같이 먹은 스페인 아저씨
루카? 이탈리안 남자
오루호 스페인 술 소주랑 비슷
메라디요스데로스템쁘라리오스 이름도 너무 긴 이 작은 마을. 점심도 저녁도 여기 알베르게에서 먹었다.
리아 콜로라도 여자친구
6월 18일 22일차
새벽 5시 45분에 일어났는데 우리방 사람들 4명 이미 다 나가고 없음. 오늘 더울거라서 다들 일찍 출발했나봄.
나는 걷는 것도 천천히 걷고 달리는 것도 천천히 달리고 밥 먹는 것도 천천히 먹고 운전도 천천히 한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됐다. 아무리 천천히 먹는 유럽 사람들이랑 밥을 먹어도 내가 제일 늦게 먹는다는 것을 ㅎㅎㅎ 😆 I'm the winner!
2025년 6월 기준 공립 알베르게는 8에서 10유로. 사립 알베르게는 15 유로 정도 가격임. 나는 보통 기부제에 가는데 오히려 사립 알베르게보다 더 내고 있다. 40-50유로 정도.
남을 바꾸려고 하지 마라. 말을 줄여라.
2025년 6월 스페인 메세타 평원의 그 밀밭을 걸으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두가 각자의 페이스대로 걷고 있다. 이곳에서 남들보다 빨리 가려고 애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꾸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가려고 하는 것일까.
지금 대략 절반 정도 왔는데 이게 죽을 것 같으면서도 또 할만한 것 같기도 하고, 할만한 거 같으면서도 죽을 것 같고. 만약 한 시간 숨참기 이런 거였으면 죽었겠지? 암튼 생각보다 힘들진 않아. 풀마라톤보단 힘들지 않아. ㅎㅎㅎ
24km 6시간. 기부제 알베르게 도착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오늘의 마을. 이름이 너무 길다.
타미 알베르게 봉사자
점심은 근처에 식당에서 햄버거에 맥주 마시고 1시 30분에 체크인하고 빨래.
뒹굴뒹굴 하다 7시에 다같이 저녁. 와인. 좋은 시간.
마고 헝가리 할머니 영어 전혀 못함.
마틴 독일 친절 남자
야스민 헝가리 아가씨
아이마르 팜플로나 몸좋은 청년
레베카 슬로베니아
이 길 위에서는 잃어버리는 것들이 많다. 티셔츠 양말 등산 스틱. 이 길 위에서 또 깨닫는다. 잃어버렸을 때 아쉬운 물건을 갖고 있지 말 것.
6월 19일 23일차
새벽 5시 5분에 일어남. 기부제 알베르계에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기분 좋게 출발.
누구나 다 자기 배낭의 무게가 가장 힘들다. 4kg을 메고 가는 사람은 4kg 배낭이 제일 무겁고 15kg 가방을 메고 가는 사람은 15kg이 제일 무겁다. 인생의 무게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모두가 자신의 인생이 가장 힘들다. 친절해라. 항상.
야스민 헝가리 여자
지금까지 매일 쓰레기를 줍고 다니면서 왜 다른 사람들은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한 명도 없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아침 스페인 아이마르라는 청년이 나를 지나가면서 쓰레기를 줍는 게 멋있다고 하더니 저만치 앞서 가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자기 배낭에서 빈 플라스틱 봉지를 꺼내더니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한 명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쓰레기를 줍다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담뱃갑과 맥주 캔이다. 이 세상에서 담배와 맥주를 없앤다면 그만큼 쓰레기는 줄어들까?
알베르게 도착. 디아 슈퍼에서 음식 사다 알베르게에서 전자렌지로 조리해 먹음. 혼자이니 역시 외로운 감정이 드는구나. 날씨는 점점 더워진다.
6월 20일 24일차
전와이프가 엊그제 수술을 해서 기운이 좀 안난다. 나도 정신적으로 좀 지친걸까. 요즘엔 계속 혼자다.
6시 30분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를 떠난다.
오늘은 대도시 레온 가는 날.
자기를 괴롭히지 마라.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
레온 거의 도착해서 다리 아프다는 에미짱을 위해 약국에서 약 사다드리고 같이 KFC에서 점심. 한류 대단하다. 오징어게임이랑 콜라보로 한국 양념치킨을 팔고 있어 스페인 KFC에서 ㅋ
레온에 숙소가 거의 풀이라 좀 더가면 나오는 기부제 알베르게 리뷰가 너무 좋아서 더 가기로 결심. 빠르게 중국슈퍼에서 라면 3개 사고, 근처 레온 대성당 보고, 36도 땡볕을 10km를 더 걸어서 기부제 알베르게에 도착. 여기 지금까지 묵은 숙소중에 가장 쾌적하네. 사람도 별로 없는데 넓고, 깨끗하고, 주방도 잘 되있고 최고잖아? 근데 기부제야? 와우 베스트다 진짜
Albergue de Peregrinos D. Antonino y Dña. Cinia
중간지점쯤 넘어가니 부상자들이 많이 생긴다. 완주율이 30%라는데 정말인가. 물집에 발톱이 빠지고 무릎이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못걷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나는 과연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미아 골드코스트 장신녀
6월 21일 25일차
느즈막히 일어나 조식 야무지게 먹고 최고의 알베르게를 떠남. 7시 45분 출발.
나중에 분명 이날들을 기억하며 스페인에서 스트레스 없이 하루종일 걷기만 했던 때가 정말 좋았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800km 중에 500km를 왔고 300km 남았다. 할 수 있다.
“무게를 버린 자만이, 끝내 가장 높은 곳에 닿는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오늘은 13km만 걷고 다음 기부제 알베르게에 11시 15분에 아주 일찍 도착. 이곳의 이름은 빌라당고스.
누구나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불친절한 사람들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로인해 나는 더 친절해질 수 있어야 한다.
미셀 브라질 타투녀
기욤 타투녀 친구 남
조지 필립 프랑스 할아버지 두명
지앙 싱가포르 아줌마
점심은 알베르게에서 참치라면, 저녁은 돼지고기 구워서 레드와인.
구글 포토 용량이 다 차서 정리하다가 오늘 사진이 날아간듯함... ㅠㅠ
지금 스페인은 오후 10시가 넘어야 해가 진다. 오전 6시경 일출.
6월 22일 26일차
5시 5분에 일어나 5시 45분에 출발
디에고 마르코 미국 형제
불꽃야구 첫번째 직관 라이브 중계 보면서 걸음. 재밌다.
치질 이슈. 출발 3-4일 후부터 항문이 마찰로 아프더니 크림을 수시로 발랐음에도 오늘은 살짝 출혈이 ㅠㅠ
모두가 같은 길을 800km나 걷지만 그 길위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용서의 언덕의 풍경이, 어떤 사람은 좋았던 알베르게가, 어떤 사람은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이 가장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27km를 걸어 아스트로가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진라면으로 점심 후 샤워, 손빨래.
낮잠 한숨 자고 미아, 미셸, 기욤이랑 나가서 맥주 한잔 마시고 들어와서 콩파스타스리라차소스 요리함
다음에 온다면 내 고유 도장을 만들어서 가져와야지. 그래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 크레덴셜에 다 찍어줘야지.
6월 23일 27일차
느즈막히 일어나 조식 먹고 미아, 미셸, 기욤이랑 10킬로 정도만 걸어서 라 보헴 알베르게에 옴.
좋은 시간. 유니크한 알베르게.
다같이 먹는 즐거운 저녁
순례길에서 야생화를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올레오 포 올레오 데인치 포 데인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포르투갈어
다비드 프렌치 호스트 아주 친절함
사람들과 다같이 맛있게 먹고 마시고 즐거웠던 저녁
6월 24일 28일차
오늘도 거리가 짧아서 느즈막하게 출발.
몸이 아프면 뭐든 즐겁지가 않다.
Dear God, why did you put me on this road? What do you want me to feel? What do you want me to learn?
800km를 걷는 동안 매일 다른 수많은 마을을 지났지만 자발디카와 까리온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 순대국밥에 막걸리 먹고 싶다.
전 와이프의 수술이 굉장히 큰 수술이었던 것 같다. 요즘에 내가 기운이 안나는 건 그 이유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크리스토프 독일남
힐 영국 아줌마
요나 스웨덴
피오나 프랑스 귀요미
6월 25일 29일차
어제 미아와의 이슈로 앞 알베르게에서 자고 폰세바돈에서 늦게 출발.
드디어 오늘 철의 십자가를 지났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depression 우울'이 적힌 작은 돌멩이를 철의 십자가 아래 많은 돌들과 함께 놓고 왔다. 그 200g이 줄었음에 왠지 배낭이 가볍게 느껴진다. 내 마음도 가벼워졌을까. 이제 나의 우울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철의 십자가 아래에 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돌로 된 산길을 내려오면서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폰페라다라는 도시가 보였을때 차 타고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부처: 상대방에게 선물을 했는데 그 사람이 받지 않는다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인가?
제 것이지요.
부처: 그렇다면 그대가 방금 나에게 욕을 하였을 때 내가 받지 않는다면 그 욕은 누구의 것인가?
어떻게 죽을지를 생각하라.
후반부가 되니 체력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힘들어져서 폰페라다에서 개인실이 있는 곳을 예약했다. 한달간 매일 10명 20명씩 같이 자는 도미토리 생활을 하다보니(그것도 매일 다른 곳에서 매일 다른 사람들과) 이것도 지친다 확실히. 2박 하고 재충전 해서 산티아고까지 가보련다.
6월 26일 30일차
폰페라다
오늘은 쉬는 날. 숙소에서 독방이라 뒹굴뒹굴.
다른 손님도 거의 없는것 같고 너무 좋다. 공용 욕실, 주방이지만 마주친 다른 손님이 없음.
주방도 좋아서 돼지고기 굽고, 만두 굽고, 쌀빠진 빠에야 하고...
6월 27일 31일차
폰페라다 개인실 숙소에서 6시 45분 출발. 어제 하루 쉬고 다시 걷기 시작.
석가모니 명언 들으면서 폰페라다를 빠져나감.
타인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덜 신경쓸수록 너는 더 행복해질것이다.
고통이 너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고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인 것이다.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물건은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 이 세상이 어지러운 이유는 물건이 사랑을 받고 사람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어디를 가는가. 모든 게 여기에 있는데.
헤어지기 마련이고 변하기 마련이고 없어지기 마련이다.
인내심을 가져라 모든 것은 적당한때 결국 네게 올 것이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폭풍을 진정시키려 하지 말고 나 자신을 진정시키면 폭풍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
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하면 하고 싶을 때 할 수 없게 된다.
삶이 괴로운 이유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그 마음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젖이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인생은 모두가 다른 시험지를 갖고 시작하는 시험이다.
마을 도착해서 중국슈퍼에서 라면 3개, 김치 사고 디아 슈퍼에서 문어랑 사서 문어라면, 김치, 소시지, 맥주에 점심 먹고 한숨 자고 저녁에 같은 알베 한국 부부분이 닭죽 하시고 나는 돼지고기 구워서 와인이랑 같이 맛있게 잘 먹었다.
7월 7일 밤 산티아고에서 마드리드 가는 9시간 야간버스 예매 완료 31.5유로. 야간버스... ㄷㄷㄷ
6월 28일 32일차
새벽 5시 45분 알람. 6시 25분에 Villafranca del Bierzo 마을을 출발.
바다를 향해 떠나는 강물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쓰레기를 주우면서 걸었다.
어제부터 스페인 학생 단체 순례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 마을 슈퍼에서 고기 계란 새우 과자 등 장을 보고 23km를 걸어 La Faba라는 작은 마을의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도착. 조용하고 사람 없고 너무 좋네. 점심은 주방에서 짜파게티에 베이컨 가득 넣고 계란후라이 2개 해서 먹음.
마지막 오르막길 힘들었다. 오 세브레이로까지 안가길 다행이다.
6월 29일 33일차
라 파바의 조용한 교회 알베에서 잘 자고 6시 15분 출발.
오늘도 구름 한 점 없구나.
오늘도 땡볕에 산길 힘들게 걷고 중간에 식당에서 시래기 국밥 먹었는데 대박이네. 된장 들어간 정확한 시래기국은 아닌데 무슨 스페인 요리인데 이상하게 비슷해서 헛웃음 나오네. 시레기 국밥이라고 한글로 매뉴에 있어서 주문했더니 센스있게 고춧가루도 가져다 주심. 감자가 조금 들어가고 국물은 왠지 뼈해장국 국물느낌? 돼지뼈 육수 느낌. 와 여기서 영혼이 정화받네.
식당 옆에 알베르게에서 잘 예정이었으나 1년전부터 운영을 안한다고 함.
더 걸어서 Tricastela 도착. 알베르게 가니 방이 없다 함. 결국 공립으로 옴. 교도소 감방같은 느낌의 방.
이대로 가면 7월 5일 산티아고 도착인데 6일에 포르투를 가서 7일 밤 버스로 마드리드로 가서 8일 오전 비행기를 탈까 고민중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메뉴 델 디아를 먹음. 스페인 내장탕 세크레토 돼지고기 꿀과 치즈 와인 한 병.
6월 30일 34일차
6시 30분쯤 교도소 같이 생겼던 공립알베르게르 출발.
내가 모두를 용서할 수 있을 때가 올까.
몸이 아프지 않을 때는 백 가지의 걱정이 있다. 몸이 아플 때는 한가지의 걱정이 있다.
사리아 도착해서 알베 체크인 후 슈퍼에서 재료사서 점심엔 카레 파스타 저녁엔 송아지 스테이크
오후에 잭잭과 영상통화하는데 기온 38도. 너무 덥다. 알베에서 가만히 누워있는것 말고는 할 수가 없다.
7월 1일 35일차
더위를 피하기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6시에 사리아를 출발.
앞으로 남은 며칠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 중이다. 빨리 산티아고를 가서 포르투로 갈지. 아니면 천천히 걸어서 산티아고까지 천천히 갈지. 굳이 포르투를 갈 이유는 없는데. 나의 여행 스타일은 그런 게 아니라서 굳이 보고 싶은 것도 없고 여기에 온 이유는 단지 산티아고였으니까.
학생 단체들 때문에 짜증이 나기 시작. 수십명씩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시끄럽고 노래까지 크게 틀고 지나가는 애들은 정말... 모르겠다. 나도 청소년 시기가 있었고 이 순례길도 그들에겐 좋은 도움이 되겠지만 나에겐 방해로 느껴진다.
방랑하는 자가 되라.
천국을 하늘에 만들지 말고 땅 위에 만들라.
포르토마린 도착해서 점심은 열라면에 계란 하나 넣어서 먹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쉬다가 저녁은 슈퍼에서 사 온 문어 빠에야의 계란 넣어서 맥주랑 먹음
7월 2일 36일차
오늘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6시에 포르토마린 출발 어제 알베르게는 꽤 괜찮았다.
사리아부터 사람이 많아져서 알베르게 예약이 힘들다.
35일 차가 되니 다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한다. 오른쪽 뒤꿈치 부분 인대가 좀 아프다.
마지막 날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20km를 뛰어갈 수 있을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존경하는 사람이 되어라.
마지막 100km가 남았을 때 빨리 걸어서 일찍 끝내버리고자하는 사람이 있고 아쉬워서 더 천천히 걸어서 늦게 가는 사람도 있다.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7시간 27km를 걸어서 오늘의 마을 Palas de Rei에 1시쯤 도착. 알베르게에 체크인하고 슈퍼에서 산 해산물 파스타에 문어 통조림을 넣어서 먹음. 맛있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나니 오늘의 일과 끝이구나. 아주 단순한 일상.
비우는 것을 배우는 길 위의 날들.
낮잠 한숨 자고 쉬다가 저녁은 세크레토 돼지고기 부위 구워먹음 역시 맛있다.
7월 3일 37일차
오늘도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출발. 아르수아까지 29km 예정.
알퓨 이탈리아 친절남 수염 단신
오크, hruron 미국 8살 쌍둥이. 나도 잭잭이랑 언젠간 이렇게 같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제주도에서 육 년이나 살았는데 올레길을 한 번도 걸어 보지 않았다는 게, 그리고 지금 여기 스페인까지 와서 산티아고 순례길 걷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똥꼬 문제 해결책을 찾은 거 같음. 팬티를 안 입으면 되는거였어 ㅋ 지금 한 4일 정도 팬티를 안입고 걷고 있는데 똥꼬가 안 아프네 ㅋ 역시 달리기 할 때도 팬티를 안 입고 뛰었는데 팬티를 안입었어야 되는 거였어 ㅋ
아슈가마노: 수건 이탈리아어
사라: 내가 수건 찾아준 이탈리아녀
7월 4일 38일차
오늘은 20km 밖에 안되기 때문에 7시가 좀 넘어서 아르수아를 출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많은 친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정말 고맙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내가 걷고 있는 프랑스 길은 800km 인데 보통 33일 정도 걸리고 빨리 걷는 사람은 22일에도 걷고 나는 아마 40일이 걸릴 것 같다. 사람마다 다 각자의 페이스가 있고 각자의 인생이 있다. 모두의 순례길은 존중받아야 하며 각각의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이 길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속죄의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던 것 같다.
Life is beautiful
30km 대로 남은 거리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힘들게 이 먼 길을 왔음에도 이 길이 끝나는 게 아쉬운 이 마음은 뭘까.
산티아고 전 마지막 마을 오 뻬드로우소에 도착. 마지막 사치. 2박에 100유로 내고 개인실. 마지막 산티아고 전 쉬어가기로 했다. 마지막 20km를 뛰어가기 위해.
7월 5일 39일차
오늘은 내일 마지막 날을 위해 하루 쉬는 날.
우주와 종교. 이 길위에서 많이 생각했던 주제.
느즈막히 일어나서 반신욕 하고 라면 끓여서 점심 먹고 머리자르고 14유로.
여기는 욕실과 주방은 공용인데 오늘은 나 말고 다른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나 혼자 쓰는것 같아서 너무 좋네.
산티아고 순례길이 끝나고 또 어디 걸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검색하고 있는데 제주도 올레길이 나왔다. 제주도는 나에게 떠올리면 마음 아픈 곳으로 남아 버려서 섣불리 다시 갈 수가 없다. 안타깝다.
7월 6일 40일차
6시 30분 오 빼드로우소를 출발. 마지막날 달리기.
21킬로미터를 달려 9시 10분경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드디어 800km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펑펑 울기를 기대했건만 눈물은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걸어서일까. 어쨌든 2025년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끝이 났다. 지금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 조금이라도 변했겠지. 시간을 들여 찬찬히 생각해봐야겠다. 나는 무엇을 생각했고, 느꼈고, 변화했는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_이형기, 낙화
요즘 스페인은 신용카드 탭이 어디서든 가능.
7월 7일 41일차
6시에 일어나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사진 몇장 찍고 7시 30분 미사에 참석. 9시 피스테라+묵시아 당일 투어 출발. 43유로.
산티아고에 나는 혼자다. 같이 걸었던 사람들은 다 나보다 먼저 도착했다. 함께 떠들썩하게 축하할 수는 없지만 혼자서 조용히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빨리 집에가고 싶은 마음이다. 나중에 다시 오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뭔가 충분히 했다는 느낌. 후련한 느낌이다.
온천 보리밥에 무등산 막걸리, 그리고 순대국밥이 먹고싶다.
나디아 같이 일일투어 다녀온 멤버 이탈리아 아줌마
7시 순례자 사무소 문닫기 바로 전에 가서 인증서 받았다.
7월 8일 42일차
산티아고에서 광주까지 집에가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어제 저녁 9시 30분 야간버스를 9시간 타고 마드리드에 도착. 지하철과 버스를 1시간 타고 공항. 마드리드에서 중국 심천까지 12시간 30분 비행기. 심천에서 8시간 대기. 인천까지 3시간 40분 비행기. 광주까지 4시간 버스. 와우.
마드리드 공항에서 농협 휴가중 카드 혜택으로 라운지 이용. 너무나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샤워에 다양한 알콜에 음식에 마드리드 공항 라운지 최고인데?
7월 9일 43일차
마드리드에서 심천까지 12시간 반의 긴 비행 후
8시간 대기 후 인천까지 비행기. 인천에서 4시간 버스로 밤 11시 30분 광주 집 도착. 산티아고에서 광주까지 대충 42시간 걸렸나? 으아...
7월 10일 44일차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니 역시 너무 좋구나. 엄마랑 하늘이랑 점심에 온천 보리밥 먹고 왔다. 스페인의 끝없이 펼쳐진 밀밭을 걸으면서 나는 보리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800km 긴 여정도 다 끝났다. 이제 다시 열심히(너무 열심히는 아니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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