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_

Vhoky 2004-04-26 (월) 23:34 16년전 1063  



1969년이라는 해는, 나에겐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진창을 떠올리게 한다. 한 발짝 발을 떼어놓을 적마다 신발이 훌렁 벗겨질 것만 같은 깊고 끈적한 진창이다. 그러한 진창 속을 나는 무척이나 힘겹고 힘겹게 걷고 있었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 암울한 빛의 진창만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마저도 그러한 나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느리게 뒤뚱뒤뚱 흐르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이미 저만큼 앞장서서 가고 있었으나, 나와 나의 시간만은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나는 거의 고개를 처박다시피 숙이고 그날 그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내눈에 비쳐지는 것은 무한히 계속되는 진창뿐이었다. 오른발을 앞에 내딛고, 그리고 또 왼발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확실치가 않았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조차 없었다. 그저 어디론가 가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스무 살이 되었고 가을은 겨울로 바뀌어 갔지만, 내 생활에 변화다운 변화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대학에 다니고, 일주일에 세 번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하면, 이따금 <위대한 개츠비>를 되읽었고, 일요일이 되면 빨래를 하고, 나오코에게 긴 편지를 썼다. 때때로 미도리와 만나 식사를 하거나 동물원에 가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래 그대로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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