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어쩌면 집과같은것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했다.
매일 같은 집에서 살다보면
가끔씩은 새로운 곳에가서 자고 오고 싶어지는것 처럼.
그러다 하루 혹은 며칠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 역시 집만한곳이 없구나. 집처럼 편한곳이 없구나'하고
세상에 둘도 없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기분이 드는것처럼 말이다.
아이러니한것은 이 기분은 집을 떠나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돌아왔을때 떡하니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거나,
그 집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역시 인생에 있어서 인간에게 좌절이라는것은 꼭 필요한 요소다.
매일매일이 좌절의 연속이라면 꽤 문제가 있는 인생이겠지만,
가끔씩 맛보는 좌절감은 인생에 속도를 제어해주는 장치같은 것이아닐까.
사실 나는 올해 2월에 처음 프리다이빙을 접하고서는 꽤 으쓱해있었던것 같다.
'음.. 역시 프리다이빙은 내 체질에 맞는군.'이라며
스스로 꽤나 재질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어제 다시 이곳 아메드로 와서 나간 바다에서는
기본적인 덕다이빙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몸에 퍽 실망을 했다.
역시 나에게 그런 재능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한번 나를 일깨우게된 것이다.
생각만큼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것,
이 좌절감을 맛봄으로 인해 나는 자만하지 않을 수 있다는것.



_2012년의 마지막에 발리의 조그만 해변 마을에서의 잡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