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10년전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곳에 써있는 그 무렵의 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다.
만 18세, 대학 1학년의 가을 무렵을 지나고 있었던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 있었고
그 해 가을, 즉 2002년 11월 3일(정확히 지금으로부터 10년전)에
지긋지긋하던 남도학숙을 박차고 나와 봉천동의 화이트빌 103호로 이사를 하게 된다.
비록 컴퓨터는 고장난 상태였지만,
나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보단 좀 더 들떠있는 듯한 말투였고-인터넷에 키보드로 글을 쓸때뿐인것 같지만
주로 하는 말들은 시험 망했네, 피곤하네, 혼란스럽네, 잠을 줄여야겠네, 수영했네,
이러다 나와 나의 존재가 어느순간 없어져버릴 지도 모르겠다는 말들이었다.
나는 그 때에도 아이를 낳지 않을거라 말하고 있었고,
과연 사랑이 있을까 나에게 사랑은 이미 끝나버린 것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에 열여덟살에 사랑은 이미 끝나버렸다라고 말하는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아마 10년 후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몰랐나보다.
그 해 12월 초쯤에는 선배들로부터 우리과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우울해했다.
십년전 새파란 저의 꿈을 암흑의 페인트로 칠해버린 선배님들 어디서 뭐하고 계십니까.
그 무렵의 우리는 쌌다(망했다의 표현), 삽질했다, 주접떤다라는 말들을 쓰고 있었다.
요즘에는 전혀 쓰이지 않는 말이다. 참 신기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 11월의 나는 발리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어떻게 보면 나의 생각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때도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 바다, 바다를 입에 달고 살았으니.
그리고 사랑에 대해 뭔가 아직 알지 못했다는것도 여전하다.
이건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난다하더라도 알기 힘들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레 그럼 앞으로 10년후의 나는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 2022년-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하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알고 있다
2002년에서 2012년으로의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처럼
그것도 그리 길지 않으리란걸.



10년후의 진희야. 너는 어디에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