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10년 6월의 2일인가 3일쯤으로 넘어가는 자정. 몰디브, 말레의 한 카페.
한국은 새벽 3시, 리조트는 밤 12시, 말레는 밤 11시. 시간조차 혼란스러운 밤.
리조트로 돌아가는 스피드보트를 기다리며 Mixed Berry를 마시며, 맥양으로 글을 쓰고 있다.
라고 하면 왠지 뭔가 있어보이는데, 사실 그지같은 기분이다.
좀전에 안나씨가 몰디브를 떠났다. 젠장. 갑자기 떠나게 되었는데 그래서 아까 밤 9시 배타고
말레로 나와 공항까지가서 안나씨를 만나고, 보내고 돌아가는길이다.
맙소사.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정말 모르겠다. 샹그릴라가 되어서 다시 돌아오면 좋겠지만
어쩌면 몰디브에선 다시 못 볼지도 모르고, 그럼 난 정말 혼자. 더 외로워지는거다.
말레에서 좀 더 많이 만날 걸 그랬다.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럴걸.
어제 아침에는 필리페가 떠났다. 내가 몰디브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쉬는날 비치에서
노라랑 필리페랑 같이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날이 왜그리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다지 감성적인 사람이 아닌데, 왜 이렇게 착찹한 기분이 되는걸까.
오늘 오후에 비치에 나가 앉아서 생각했다. 내가 여기에 있어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내가 이곳에 있어야하는 이유를.
이곳이 좋은 직장인 것도 친구도, 사랑도, 내가 있어야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지금 나는 행복하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은데, 이곳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아니면 더 참고 버텨야할까. 그게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까.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나도 그냥 다 때려치우고 한국 갈까. 하는 생각이.. 지금 참 많이 든다.

아.. 정말 그지같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