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Jinhee
2014-10-26 (일) 18:06
10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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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카이에게는 여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고 와인 잔을 기울이고 대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순수한 기쁨이었다. 섹스는 어디까지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또하나의 즐거움'일 뿐,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그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매력적인 여자들과의 친밀하고 지적인 교류였다. 나머지는 전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지라 여자들은 자연히 도카이에게 마음이 끌렸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부담 없이 즐겼고, 그 결과 자진해서 그를 받아들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세상의 많은 여자들은(특히 매력적인 여자들은) 노골적으로 섹스에 목매는 남자들에게 어지간히 식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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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문제로 심각한 트러블을 겪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질척대는 감정적 갈등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그 불길한 먹구름이 지평선 저멀리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는 곧장 영리하게, 조금도 소란을 피우는 법 없이, 가능한 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몸을 빼냈다. 마치 점점 짙어지는 저녁 어스름에 섞여드는 그림자처럼 민첩하게, 또한 자연스럽게, 베테랑 독신자로서 그는 그런 기술에 정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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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는 자기가 낸 세금 액수, 그리고 같이 잔 여자에 대해 말을 아끼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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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묘한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싶어서 어이가 없어져.
_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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