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일찍이 김광석은 노래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그렇게 말한 시인은 최승자다. #당시 유희를 잔혹하게 떠난 그놈이 제 입으로 밝힌 핑계는 '학업에 전념키 위해서' 였다. 자고로 갑작스런 이별을 고하는 남자들의 핑계는 대개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서' 이거나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것 같아서'로 요약된다. '새로운 여자가 생겨서' 라거나 '너한테 싫증나서'라는 이유를 대는 남자의 모습은 내 삼십 평생 먼발치에서라도 목격한 적 없다. #스무 살엔, 서른 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 반대다. 오히려 '인생이란 이런거지'라고 확고하게 단정해왔던 부분들이 맥없이 흔들리는 느낌에 곤혹스레 맞닥뜨리곤 한다. 내부의 흔들림을 필사적으로 감추기 위하여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일부러 더 고집 센 척하고 더 큰 목소리로 우겨대는 지도 모를일이다. #우리는 왜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충고하면서, 자기 인생의 문제 앞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헤메기만 하는 걸까. 객관적 거리 조정이 불가능 한 건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차마 두렵기 때문인가. #모두들 나를 떠나가고, 나는 모두를 떠나게 한다.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_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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