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직 발리에 사는 러시아 친구 마가리따가
자기가 처음 발리에 왔던 날, 내가 일식당에 데려갔는데
내가 "발리에서는 화를내면 네가 지는거야" 라고 했다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나는 이 말을 꽤 여러명에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 당시의 나는 발리의 초긍정적인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나 역시도 초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살고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발리에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나의 삶이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에 의해서 휘둘리는 경험을
1.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세면대의 물을 틀었는데,
물이 안나온다거나 (그리고 일주일씩 단수가 이어진다거나)
2. 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집에가려는데 장대비가 쏟아진다거나,
물론 나에게는 오토바이가 있어서 비를 다 맞고 가야한다.
오토바이를 두고 택시를 타고 간다면 내일 다시 와서 오토바이를
3.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온 동네에 전기가 나간다거나,
물론 이것도 언제 다시 전기가 들어올지 알 수 없다. 저녁에 자는
시간까지 안들어온다면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는 전기가 들어오길
전기가 안들어오면 한전에 전화하면 되지 않냐고?
거기는 전화하면 와서 고쳐주고 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4. 오토바이를 타고 잘 가다가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피하려고
어이없게 오토바이 사고가 난다거나, (실제로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5. 친하게 지내던 회사 동료가 어젯밤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하는 수많은 일들이 꽤 잦은 빈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내가 화를 내봤자 바뀔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체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고 하늘에 대고
말할 수도 없고, 물이 안나온다고 전화할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자세가 되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화를내면 지는거다'라는 말은 인도네시아,
특히 발리 사람들을 대하면서 느끼게 되는건데,
이 사람들은 왠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다. 불만을 말하거나
싸울 일이 생겼을때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내가 물이 안나온다고 집 주인에게 전화를 하면 집 주인은
웃으면서 '아 그래? 그렇구나... 조금 기다려봐~' 라고 말한다.
거기서 내가 화를 내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장황하게 이야기 했는데, 요점은 그 때의 나는 굉장히 긍정적이었고,
인생에서 황당한 일을 겪거나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강한 멘탈을 갖고 있었다는거다.
오늘 아침 친구가 그 때의 내 말을 상기시켜주며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때 나는 내가 조금 달라졌구나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발리를 떠나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지금의 나는 그때처럼
몇 년전의 나처럼 세상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강한 멘탈과
다시한번 내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갖자.
If you get angry, you lose here.
_ 2018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