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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Jinhee
2014-01-05 (일) 20:51
1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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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에 두기는 너무 아까워. 넌 레스토랑을 열어야겠어." 쓰쿠루는 반쯤 농담으로 그런 말을 했다. 하이다는 웃었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그렇지만 나는 한 장소에 묶이는 걸 싫어해요. 원할 때 어디든 갈 수 있고, 마음껏 사색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하지만 그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냐." "간단한 일이 아니죠. 맞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내 마음은 정해져 있어요. 나는 늘 자유롭고 싶어요. 요리하는 건 좋아하지만 직업으로서 부엌에 틀어박히고 싶지는 않아요. 그랬다가는 곧 누군가를 증오하게 될 테니까요." "누군가를?"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아널드 웨스커(Arnold Wesker)의 '부엌'이라는 희곡에 나오는 말이에요.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삶은 살기 싫어요."
{2}
"내가 신입 사원 연수 세미나에서 처음에 늘 내뱉는 말이야. 나는 먼저 세미나 실 안을 휘익 둘러보고 적당히 한 수강생을 지목해서 일어서게 해. 그리고 이렇 게 말하지. '자 여기에 자네한테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하나씩 있어. 먼저 나 쁜 뉴스. 지금 자네의 손톱 또는 발톱을 펜치로 뽑으려 한다. 안됐지만 이미 결 정 난 일이다. 절대 뒤집을 수 없다.' 그런 다음 나는 가방에서 아주 무섭게 생긴 커다란 펜치를 꺼내 보여 줘.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그놈을 보여주지. 그리고 말해. '다음은 좋은 뉴스. 좋은 뉴스란, 손톱을 뽑을 건지 발톱을 뽑을 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거야. 자, 어느 쪽으로 할 텐가. 10초 내에 결정 해야 해. 만일 스스로 어느 한쪽을 정하지 않으면 손과 발 두 쪽을 다 뽑아 버릴 거야.' 나는 펜치를 손에 든 채 10초를 카운터해. '발로 하겠습니다.' 거의 8초가 지나서 그 친구가 말해. '좋아. 그럼 발로 정해졌어. 지금부터 이놈으로 자네 발 톱을 뽑도록 하지. 그 전에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어. 왜 손톱이 아니라 발톱을 선택했지?' 내가 물어봐. 상대는 이렇게 대답해.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 픈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발톱으로 한 겁니다.' 난 그 친구와 따스한 악수를 나누고 이렇게 말해. '진짜 인생에 온 걸 환 영해.' 라고. 웰컴 투 리얼 라이프. (Welcome to rea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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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동통이 다시 살아났다. 격렬한 통증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격렬한 통증 의 기억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쓰쿠루는 자신을 향해 말했다. 애당초 텅 비었던 것이 다시 텅 빌 따름이 아닌가. 누구에게 불평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와 그가 얼마나 텅 빈 존재인가를 확인하고, 다 확인한 다음에는 어딘가로 가 버린다. 그다음에는 텅 빈, 또는 더욱더 텅 비어 버린 다자키 쓰쿠루가 다시금 혼자 남는다. 그뿐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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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부족한건 아무것도 없어.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 너에게 필요한건 그것 뿐이야. 두려움이나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놓쳐선 안 돼."
_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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